본문 바로가기

Book

[한국소설]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 여성이 느낀 감정을 홀대하지 않고 쓴 이야기

칵테일, 러브, 좀비

2020년 | 조예은 | 안전가옥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63732976?NaPm=ct%3Dlih4mbm0%7Cci%3D7617885e06e2d3df814d6d2dd3b18d406dbaede6%7Ctr%3Dboknx%7Csn%3D95694%7Chk%3D58cdc8c72e539d7f568a1cd0602e4ae5b6c2d29d&query=%EC%B9%B5%ED%85%8C%EC%9D%BC%20%EB%9F%AC%EB%B8%8C%20%EC%A2%80%EB%B9%84&cat_id=50005769&frm=MBOKMOD

 

칵테일, 러브, 좀비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읽게 된 계기

작년 22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 안전가옥을 처음 접했다.

부스가 민음사나 문학동네처럼 메이저급 출판사만큼이나 컸고,

예쁜 표지와 독특한 제목들로 기억에 남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는데, 조예은 작가가 올해 도서전에서 강연을 한다고 하길래

참석할 겸 읽게 됐다

 

but.... 안전가옥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강연 신청을 받았었는데

뭐 거의 1분 안으로 컷 돼서 광탈...

 

얀 마텔이나 김겨울 작가는 100명, 50명으로 신청받았는데

조예은 작가는 25명 밖에 받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가장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 기회에 안전가옥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게 됐는데

천선란, 심너울 등 여성 작가들이 많고 주제가 색다른 거 같아서 앞으로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느낀 점 또 하나! 역시 감상은 읽고 난 직후 바로 써야겠다.

또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쓰려니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휘발됐다.😞

 

 

 

총평

⭐️⭐️⭐️⭐️ 3.8/5.0

독특한 소재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의 흡입력이 대단했다. 읽는 것 자체로만 보았을 때 매우 쉽게 읽혔고 재미있었다. 현실에서 절대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로만 이뤄져 있지만 왜인지 우리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재현되고,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잔인함과 폭력성을 끄집어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지금과 다른 상황을 맞이할 나중의 내가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소화될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초대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프로듀서의 말 :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미묘한 폭력의 순간을 은유한 '가시'라는 소재로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채원은 어렸을 적 가족들의 외압으로 먹기 싫은 생선회를 먹게 되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으로.

이후 성인이 되어서 남자친구의 외모평가, 불공평한 관계, 물리적인 제압을 당할 때면 목에 통증을 느낀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꾀병이나 예민함 정도로 취급하지만 채원은 이 불편한 감정을 비로소 이해하고 태주를 통해 가시를 제거하게 된다.

가시를 제거하는 과정은 잔혹하지만 그렇기에 내면의 폭력성을 이끌어내 통쾌함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채원이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내 턱 끝에서 쇄골까지를 주욱 갈라 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정현의 두상을 보고 '아예 부숴버릴까' 하며 충동적으로 느꼈던 폭력성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에 "가스라이팅, 그루밍 뭐 그런 것들. 구구절절 설명이 따라붙지 않게 딱 정의된 개념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시작선이 다르잖아."라는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말도 매우 공감하지만, 정의된 개념이 없더라도 불편함을 느끼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얼버무리지 않고 또박또박 끄집어내는 것이 내 안의 가시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됐다. 나는 그랬다! 

 

 

 

 

습지의 사랑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누가 물귀신에게 감정이입을 해볼 수 있을까? 물귀신의 외로움을 어떻게 이렇게 공감되도록 썼을까? 물귀신의 러브스토리라니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눈물 쏙뺀 이가 바로 나. 정말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앞으로 물귀신을 떠올리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애틋하게 생각할 것 같다. 

 

 

 

 

칵테일, 러브, 좀비

📌그러면서도 앞에서는 적당히 웃었고, 그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대학을 다녔다. 가끔은 사랑한다고도 말했다. 주연은 그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조차 싫어졌다. 결국 그 모든 증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애정이었다. 
💡프로듀서의 말 : '가족'을 소재로 가부장제를 비판한다는 측면에서 주인공의 행동이 여성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도 갈 수 있어?" "당연하지" 목소리가 기다렸던 대답이란 듯이 깔깔깔 웃어 댔다.
💡프로듀서의 말 : 시간을 오가며 노력해도 끝내 비극 속에 갇히는 인물들의 처절함이 읽는 내내 마음에 남는 작품입니다. 

깨달았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술에 의지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건강과 정신을 헤치는 일상을 지켜봐야 하고 나눠야 할 것 같아서.

마지막 작품으로써 무게감있고 긴장감 넘치는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