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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 어린이를 품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어린이라는 세계
2020년| 김소영 | 사계절

어린이 날을 맞이해서 작년에 읽었던 어린이라는 세계를 다시 펴봤다.
다시 읽어봐도 또 흐뭇하고, 또 코 끝이 찡하고, 또 빵 터지고, 또 감동받았다.
이런 책은 널리 알려야 해!! 1인 1 책 소장해야 해!!

총평
⭐️⭐️⭐️⭐️⭐️5.0/5.0
내가 책 리뷰 쓰면서 이렇게 별점을 남기는 건 아마 처음인 것 같은데
이 책은 나의 어린이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어린이를 향한 나의 시선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고,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가져야겠다는 의지를 솟게 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술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 사회 여러 문제들을 다뤄주고 있어서 생각할 거리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포스팅이 정말 구구절절 길어졌다.

책을 시작하기 앞서 저자가 전하는 말에서 반성부터하게 됐다😅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비출산을 지향해도,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도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이해가 필요한데 이 당연한 것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이런 나의 생각을 책 뒤표지에 적힌 추천사에 찰떡같이 옮겨둔 것 같아 무한 고개를 끄덕끄덕 -
특히 '『어린이라는 세계』는 각자 내면에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마음을 오랜만에 조명해 준다.'에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 이 부분이 매우 공감됐다.

나도 어린이를 거쳐 어른이 됐는데, 한 때는 어린이들을 무척 못마땅해했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것,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 얌전하지 못한 것 등등... 그러다 노키즈존이 이슈화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고작 이런 것 때문에 아이들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싫은 티를 팍팍 내고 다녀도 되는 건지. 문제는 부모라고 하지만 그런 핑계로 차별적인 말을 용인하는 것은 아닌지. 결국 선을 긋고 온전한 어른들의 공간이 돼서 내심 기쁘진 않은지.

최근에는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같은 고민과 문제를 겪고 있지 않는데도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됐다. 그때 내가 어떤 어른들을 만났지? 지금의 나라면 절대 안 그랬을 텐데 그땐 내가 왜 그랬지? 등등... 지금의 내가 너무 중요해서 어른이 되는 동안 변한 것들에 집중했는데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내 어린 시절, 그냥 흑역사로 남겨뒀던 나를 이해하게 됐다.

나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고 나니 남의 집 어린이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지금은 오해가 다 풀렸지만 어렸을 땐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엄청 컸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왕이면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다. 포용할 줄 아는 그런 어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따라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내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싶어졌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7191260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어린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이 작아서이기도 하고, 목소리가 작아서이기도 하다. 양육이나 교육, 돌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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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소개


인상 깊은 구절
솔직히 에피소드 하나하나 다 인상 깊어서 북 다트를 엄청 많이 털었다...

1부 💗 곁에 있는 어린이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18

선생님은 공이 무서우세요?
호언장담으로 허세를 부리는 어린이도 있다. 미래를 가정하는 순간 확신도 한다. (중략) 어린이의 허세는 진지하고 낙관적이다. 어린이의 '부풀리기'는 하나의 선언이다. '여기까지 자라겠다'라고 하는 선언. 27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어린이의 순수한 열정이 너무 귀여웠다. 나도 어렸을 적엔 엄마한테 비행기를 사주겠다고 호언장담 했었던 기억도 떠오르고,,, 이제 이런 말을 하려면 앞에 "내가 로또 당첨되면~~" 이런 문장을 달아줘야 한다 😂 또는 허세 부릴 만큼의 자신감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어린이들의 허세가 부럽고 질투가 나는 부분이었다.


착한 어린이
칠판에 "서로 몸이 달라도 ___자"라고 썼다. 내심 '존중하자'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아! 알았다!" 유일한 답이라는 듯, 예지는 이렇게 썼다. "서로 몸이 달라도 같이 놀자." 36

눈물이 주르륵... 수많은 눈물 포인트가 있지만 단연 으뜸으로 뽑는 에피.. 내 눈물 버튼 여깄어요 🙋‍♀️ 봄맞이 바람 쐴 겸 밖에서 읽다가 공원 벤치 한가운데서 눈물을 흘리는 청승맞은 사람이 돼버림,,


어린이의 품위
그럴 때 바닥을 치워주고 다음에는 부스러기가 덜 생기는 과자를 대접하는 것은 내 몫의 사회생활이다. 44

사회생활은 웃어른에게 하는 것이고 어린이에게는 놀아주는 것이라는 흐름이 언제나 자연스러웠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김소영 작가에게 제대로 치인 부분이었다. 그저 아이들을 바라보고 관찰한 이야기가 아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이 대목에서 온전히 느꼈다.



무서운 일
이런 무서운 것들이 어린이의 어떤 면을 자라게 한다는 것을.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하고, 무서운 것을 마주하며 용기를 키우고, 무서운 것을 이겨 내면서 새로운 자신이 된다는 것을. 그런 식의 성장은 우리가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된다. 그러니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해 줄 일은 무서운 대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주할 힘을 키워 주는 것 아닐까.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을 응원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다독이면서. 53




2부 💗 어린이와 나

남의 집 어른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지 않는다. 다만 서툴러서 어린이의 사랑은 부모에게 온전히 가닿지 못하는지 모른다. 마치 손에 쥔 채 녹아 버린 초콜릿처럼. 179

나는 '남의 집 애'라는 말이 좋았다. 그러면 나는 '남의 집 엄마' '남의 집 아빠' '남의 집 이모 삼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고 좋아하고 샘내고 안심하고 걱정하면서 '남의 집 애'를 같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양육자가 아니어도 '남의 집 어른'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181





3부 💗 세상 속의 어린이

저 오늘 생일이다요?
대화에서 감정을 편하게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반말하는 쪽이다. 존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열을 파악하고 어휘를 고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경험은 어른보다 적은데 책임은 어른보다 많이 져야 한다. (중략) 만일 어린이가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말 조절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말을 들으며 끝난다. "누가 어른한테 그렇게 말하래?" 191



한 명은 작아도 한 명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동안 나는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격차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그런 영역이 얼마나 많을까? 201



쉬운 문제
이런 태도가 차별과 혐오의 소산이라는 것을 안 뒤에는 의식적으로 어린이의 소음을 무시했다. 내가 너무 늦게 갖기 시작한 이런 관용을 조금씩 갖는다면 어린이도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 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212



아이가 '있다'
인간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어린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말은, 애초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그 끝이 결국 아이를 향한다. 아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말은 결국 어린이와 양육자를 고립시킨다. 218



어린이는 정치적인 존재
어린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역사 지식이나 정치의 세부 내용을 알기가 어렵다. 그렇게 때문에 현재가 또렷하다. 맥락이라든가 정세라든가 하는 주석 없이, 본문만을 읽는 사람들이다. 지금 어떤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34




독서 모임에서 다뤘던 주제들

🌱노키즈존
어린이들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대부분의 장소들이 어른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 업주의 입장도 이해가지만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해결할 순 없다는 것, 그 화살의 방향이 어린이를 향하면 안 된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앞서 말한 부모의 자식 교육을 핑계로 아이와 부모 모두를 평가하고 벌주는 식의 태도가 만연한 것에서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들었던 노키즈존 찬성 입장에서 처음으로 괜찮다고 느낀 의견이 있었는데, 아이를 케어할 능력이 부족한 업주에게 무조건 노키즈존은 안된다고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키즈존이라는 차별적인 단어 대신에 아이를 케어할 직원이 충분하지 않다, 업장의 환경이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 등 아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공간일 수 있음을 알리는 것으로 대체해야한다는 의견이었다. 비슷한 방법으로 요즘엔 노키즈존 대신에 예스키즈존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말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 같고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나를 부정하는 세상보다는 환대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건 누구든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민식이법
노키즈존과 같은 맥락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어른들의 공간은 아이들이 조심해야 하는데 스쿨존에서는 어른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것. 아이들의 공간만큼은 보장 해주자는 것이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어렸을 때 놀았던 놀이터들 다 사라졌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 친구들은 어디서 놀지?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소음 때문에 청원 글을 올린 어른도 있었다. 동의는 10명뿐이었지만, 정말 어른들의 인식이 간장종지만 한 것 같다.


🌱어린이 합성어
헬린이 주린이 등린이 골린이 등등.. 미숙한 상태를 표현할 때 ~린이를 붙인다. 어린이가 미성숙한 존재일지라도 미숙함의 의미를 어린이로 지칭하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 그리고 이 미숙함은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에게 존재하는데 왜 굳이 ~린이를 붙일까? 어린이는 배워야 하는 존재, 가르침의 대상이라는 편견과 어린이 입장을 고려해보지 않은 권력적인 용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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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린이’ 표현 사용 자제해야”

국가인권위원회의 로고가 보이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주린이(주식+어린이)’ ‘요린이(요리+어린이)’ 등 어린이라는 단어에 빗대 초보자를 뜻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

kids.donga.com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것인지 반성하게 되었고, 이번에 인권위에서 이러한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가운 기사를 전해 들어서 기뻤다. 그래도 사회가 문제의식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안도감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