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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한국소설]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책과 영화

 

 

 

 2017년 09월 09일 에버노트에 써놨던 리뷰 옮기기✍🏻
사실상 영화 리뷰인데 마땅한 카테고리가 음씀!

1. 책에서 살인자와 알츠하이머로 이뤄진 이야기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김병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저항할 수 없는 세월이라는 시간 속에 치밀하고 사악한 살인자가 무너지는 과정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실제인가? 망상인가?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김병수의 모습을 보니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다. 치매는 현실이니까. 그런데 영화에서는 기억, 망각, 시간, 악 이런 소재들을 무시한채 살인자는 누구인가? 의 초점으로 전개됐다.
그저 살인범을 찾는 스릴러에 불과했다.

 


2.후반에 김병수와 민태주가 치고받고 싸우며 서로를 죽이려 하는 폭력적인 장면들은 그동안 내가 국내영화를 기피했던 이유를 반복해 상기시켜줬다.

3.이러한 과정 안에서 불편했던 요소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영화에서 유독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설정이 눈에 보였다는 점이다. 원작에서는 김병수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시작과 멈춘 계기가 나온다. 더 완벽한 쾌감을 기대할 수 없기에 살인을 멈췄다는 대목이 김병수를 더욱 살인자다운, 사악한 존재로 보이게 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어떤 이유로 누구를 죽였는지 한 명, 한 명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없어도 될 인물을 죽였다고 포장한다. 물론 민태주의 대사에서 그 기준을 누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굳이 사연 있는 살인자로 나타낼 필요가 있었을까. 불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이 컸다.
가벼운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4. 이런 여러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영화가 꼭 책과 똑같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저 내가 기대한 것이 아니여서 실망이 컸던 거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영화를 보면서 매번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
자극적인 장면 없이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굉장했던 책인데 왜 영화에서는 자극적인 장면이 빠지지 않을까?
다양해질 순 없을까? 아쉬움이 컸다.